본문 바로가기
CAMPING

괴산 나무야나무야, 사과밭과 목도막걸리

by zourney 2021. 9. 8.
반응형

 

 

 

용인의 구봉산 나인힐스 캠핑장을 다녀온 뒤로 사이트 간격에 집착하게 되었다. 사이트 크기도 중요하거니와 다른 사람들이 사이트 안에 텐트를 어떻게 피칭하고 공간을 얼마나 활용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사이트 사이에 얼마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지도 꼭 확인을 해야 한다. 때문에 다른 이웃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캠핑장들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하기에 사이트가 널찍하거나 독립 사이트가 보장되는 곳은 이미 수개월 전에 예약이 다 끝나기 십상이다. 때문에 이번에는 캠핑장을 찾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또 하나, 캠핑장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난로 대여가 가능한 곳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부피와 무게도 부담스럽기도 했고 기름을 차에 실어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이 영 내키지 않아 구매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겨울 캠핑을 하려면 난로 대여가 가능한 캠핑장이 필수였다. 이런 이유로 이것저것 따질 것이 많아 캠핑장을 찾기에 애를 먹고 있었기에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켰던 괴산 나무야 나무야 캠핑장을 보자마자 바로 예약을 하게 되었다.

 

 

 

 


 

 

괴산 나무야나무야

 2021.02.27~03.01, 애견 패밀리사이트 1, 2번

 

괴산 '나무야나무야' 캠핑장은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캠핑장이다. 산자락에 위치한 학교였던 데다 사과밭도 끼고 있어서 친환경적인 시골 학교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다. 학교 캠핑장이라고 해서 운동장에만 사이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운동장 사이트, 숲 사이트, 애견 사이트 등 각기 특징이 다른 구역들이 많으니 골라서 가는 재미가 있다. 난로나 물품대여, 매점 운영, 장작 판매 등 웬만한 서비스가 다 갖춰져 있으며 조기 입실이나 늦은 퇴실도 가능하다.  주차는 대부분 사이트 바로 옆 또는 근거리의 주차장에 가능하며 화장실과 개수대도 최신 시설은 아니나 관리가 잘 되어 청결하며 불편함이 없다. 난방이 되어 추위에 떨 일이 없는 샤워장이 특히 좋다.

 

 


 

봄이 오기 전에 시작한 이른 캠핑.

같은 겨울 캠핑이라도 점점 추워지는 늦가을에 하는 캠핑과 슬슬 따뜻해지는 초봄에 하는 캠핑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전자가 운치는 오히려 있는 편이다. 새싹이 돋기 전인 늦겨울부터 초봄까지는 나무도 풀도 전부 회색빛이라 영 볼품이 없다. 대신 한결 따뜻해진 날씨에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훨씬 좋다. 뭐든지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캠핑을 오게 되었다. 때문에 애견패밀리사이트라고 이름 붙여진 큰 잔디밭 사이트 2곳을 예약했는데 도착해보니 공간이 아주 널찍했다. 나는 콜맨 오아시스, 친구는 첨스 부비 하우스를 쓰고 있기에 텐트 크기가 작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한 사이트 안에 두 텐트에 타프까지 넉넉하게 피칭이 가능한 정도였다. 때문에 사이트 한 곳에 텐트를 몰아서 피칭하고 사이트 하나를 널찍한 앞마당처럼 이용하기로 했다. 따뜻할 때 왔다면 사과밭 뷰가 꽤 근사 했겠지만 아직 새순도 돋지 않았을 시기라 별다른 경치는 없었다. 경치를 따진다면 숲이나 운동장 쪽이 어느 계절에나 훨씬 나을 것이다. 대신 애견패밀리사이트는 전체에 펜스가 둘러져 있어 반려동물이나 어린아이를 데려온 가족이 쓰기에 좋다. 주차장도 바로 옆, 개수대와 관리시설과의 거리가 가까우며 특히 화장실로 가는 동선이 짧은 것이 큰 장점이다. 바닥은 잔디로 이뤄져 있는데 계절에 따라 상황이 조금 다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겨울을 지나 잔디가 모두 지푸라기 된 데다 군데군데 흙이 노출된 상태라 바닥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봄 이후라면 잔디가 자랄 테니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어쨌거나 피칭을 마치고 자리를 펴고 앉았다. 경치가 어쨌건 바닥이 나쁘건 캠핑은 늘 좋다. 텐트 피칭하고 잠시 수다를 떨다 보면 첫날은 저녁이 정말 순식간에 찾아온다. 첫날은 고기와 찌개, 아주 클래식한 메뉴를 먹고 텐트 안으로 자리를 옮겨 한참을 수다 떨다가 잠이 들었다.

 

 

 

 

 

 

 

 

 

백골뱅이와 목도 막걸리.

다음날은 목적지가 있었다. 캠핑 오기 전에 봐 둔 목도 양조장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침으로 밀 키트로 사 온 부대찌개를 끓여먹고 설거지와 뒷정리는 남자들에게 맡긴 뒤 친구와 목도양조장으로 향했다. 지역마다 술 특색이 모두 다르니 여행 가는 지역의 양조장을 꼭 찾아보는 편인데 괴산에는 마침 충청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되었다는 목도 양조장이 있었다. 목도 양조장에 방문해 시음해보고는 막걸리와 맑은술, 백주를 골고루 사서 돌아왔다.

 

막걸리에 곁들일 안주는 백골뱅이다. 이번 캠핑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던 중 친구가 아이디어를 냈다. 택배로 받은 백골뱅이를 쓱싹쓱싹 씻어서 친구 어머니가 챙겨주신 큰 양푼에 넣고 바글바글 끓였다. 끓이는 동안 벌써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다. 역시는 역시다. 이번 캠핑음식도 성공이다. 좋은 곳에 와서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야 말로 캠핑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