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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캠핑일기

양양 해담마을, 우중캠핑과 우중철수

by zourney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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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캠핑으로 자신감이 급격하게 상승한 우리는 여름휴가를 캠핑으로 보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타프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 벌레도 막을 겸 타프 스크린도 빌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캠핑요리를 위해 귀여운 그릴도 샀다. 이젠 웬만한 건 다 준비된 것 아닌가 하는 착각 속에 여름 휴가지를 열심히 검색했다. 모처럼 생긴 긴 휴일이니 캠핑장을 잘 정해 한 장소에 머무르면 좋았을 것을 뭘 몰라도 너무 몰랐던 우리는 매일 다른 곳에서 캠핑을 하겠다는 다소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또 하나, 여름 캠핑에는 한낮은 뜨거운 해를 막아줄 나무 그늘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기에 앞이 환하게 탁 트인 캠핑장만 예약하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렇게 우리의 첫 여름캠핑이 시작됐다. 

 

 

 

 


 

 

양양 해담마을

 2020.08.14~15, 1야영장 59번

 

'양양 해담마을 캠핑장'은 1야영장부터 3 야영장까지 있는 큰 규모의 캠핑장이다. 캠핑장 안에 여러 가지 레저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마련되어있어 양양체험마을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름에 걸맞게 수륙양용차, 카약 같은 수상레저나 물고기 잡기 체험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거리가 가득하다. 구룡령 골짜기의 멋진 산맥을 감상하며 서림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다.

 

 


 

노지 감성의 캠핑장.

사이트에 도착해보니 그동안 봐왔던 모습과 영 딴판이었다. 캠핑 사이트라기보다는 방갈로 뒤편의 공터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흙바닥에 돌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운 좋게 잘 정비된 캠핑장만 다니는 바람에 바닥이 마사토인지 파쇄석인지조차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사이트도 반듯한 네모가 아닌 되는대로 생긴 자연 그대로의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도착했으니 어쩔 수 없지. 사이트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만 대충 정리한 후 타프 피칭을 시작했다. 그래도 서림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꽤 시원하다. 

 

 

 

 

 

스크린 타프는 처음이라.

이전에 사용했던 텐트는 크기도 작았고 피칭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빌린 스크린타프는 규모가 달랐다. 길쭉한 폴만 무려 8개에 거대한 스킨은 완성 전에는 모양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다. 피칭법을 몰라 헤매는 와중에 설상가상 구룡령 골짜기에서 거센 바람까지 불어왔다. 바닥은 마사토라 망치질을 아무리 해도 팩이 잘 박히지 않고, 기껏 폴을 세워 스킨을 걸면 바람에 휘날리며 온몸으로 막아야 무너지지 않으니 이런 걸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나보다. 한참을 낑낑거리며 고생을 하자 감사하게도 옆 사이트에서 달려와 피칭을 도와주시며 바람 부는 날은 어떻게 피칭을 해야 하는지 노하우까지 알려주셨다. 이래서 좋은 이웃을 만나야 하나 보다. 이번에도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캠핑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낭만적인 우중캠핑.

피칭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어느새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원래도 입실시간이 오후 3시로 늦은 데다 텐트 피칭에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탓이다. 열심히 요리를 할 기운이 남아있지 않아 저녁은 대충 해결했다. 캠핑을 가면 밤이 퍽 낭만적인 편인데 이 날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니 말 다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아침에 눈을 떴는데 타프 위로 토독토독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영월 캠핑 때보다 빗줄기가 굵었다. 타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 맛에 우중 캠핑을 하는구나 싶었다. 타프 안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비 내리는 소리를 한참 듣다가 우산을 쓰고 나가 캠핑장도 한 바퀴 돌았다. 산 봉우리에 걸린 운무가 멋지다.

 

 

 

 

 

vs 험난한 우중철수.

텐트 안에서 볼 땐 분명 감성적이고 아름다웠는데 비 내리는 중에 철수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우산을 쓰고 한 손으로 철수를 할 수는 없으니 우비를 입었다. 우비를 입으면 비뿐만 아니라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한여름에 땀복을 입고 일하는 셈이다.  처음 피칭해본 타프니 철수하는 법도 알 리가 있나. 이렇게도 해봤다 저렇게도 해보느라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체력은 점점 방전되기 시작했다. 아침에 기껏 샤워하고 갈아입은 옷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다시는 비 오는 날 캠핑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평소보다 많은 짐에 비까지 겹쳐 철수를 하고 나니 진이 쏙 빠졌다. 다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둔 차 안에 앉으니 그제야 살 것 같다. 캠핑의 민낯을 보게 된 날이다. 고생스러웠던 첫 여름캠핑은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후에야 이렇게 끝이 났다. 푹 젖은 타프며 텐트는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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