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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장비리뷰

레트로 그릴, 예쁘고 불편한 애증의 장비

by zourney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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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사야 할까.

캠핑을 가면 항상 고기를 구워 먹으니 그릴이 필요했고 기왕 살 거 스테인리스의 멋없는 제품보다는 예쁜 장비를 사고 싶었다. 그렇다고 바로 고가의 비싼 장비를 사자니 샀다가 사용하지 못할까 봐 걱정스러워 또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뭘 사야 할지 모를 때에는 고수들의 조언을 구하는 게 제일이다. 캠핑퍼스트 카페와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몇 가지 모델을 추려보니 추천하는 그릴이 몇 가지 있었다. 고가의 장비를 제외하면 가장 추천이 많았던 것은 '밥그릴'과 '엑스그릴'이다. 사실 두 가지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라기보다 간단한 모양새의 접이식 그릴을 통칭하는 단어인데 검색을 해보니 왜 추천을 하는지 알만했다. 접이식이라 남은 숯과 재를 버리기가 용이했고 무게도 가벼웠다. 규격 사이즈이니 일회용 석쇠를 올리기에도 적합하니 모두들 사용하는 인기 아이템이 된 것 같았다.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아무리 살펴도 스테인리스 재질의 멋없이 딱딱한 디자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용성이냐 심미성이냐는 늘 어려운 과제다. 둘 다 충족하면서 저렴한 제품은 왜 없는 걸까.

 

 

 

 

휴대용 레트로 훈연 그릴.

캠핑이란 것이 원래 다 불편한 것 아닌가? 결국 나는 심미성을 택했다. 드럼통 그릴은 쏙 닮은 귀여운 디자인이 내 마음을 단순에 사로잡았다. MAISON HUIS라는 잘 알려지진 중국 브랜드명이 적혀있기는 하지만 브랜드 이름을 따져 구매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레트로 그릴'이나 '바퀴 달린 집 김유정' 그릴 등의 이름으로 인터넷 여기저기에 팔리고 있는 그릴이다. 드럼통을 잘라 만드는 그릴을 연상케 하는 동그란 외형에 카키와 빈티지 레드 두 가지의 색감도 귀엽다.  작아도 온도계나 뚜껑까지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어 훈연도 가능한 알찬 그릴이라 많이들 구매하는데 내가 살 당시엔 후기가 없어서 너무 고민이 되었다. 중국발 제품이니 반품이 어려운데 후기가 없다니 도전하는 심정으로 구매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꽤 괜찮았다.

 

중국발 제품이니 마감에 대한 걱정이 아무래도 앞서는데 예상외로 마감과 도장상태가 괜찮다. 현재 사용한 지 N달 차가 되었지만 겉면 도장이 여전히 쌩쌩하다. 모서리가 날카롭지도 않은 걸 보니 신경 써서 만든 듯하다. 다만 완제품으로 배송되는 것이 아닌 온도계와 다리, 손잡이 등은 직접 조립해야 하는 제품인데 나사 개수가 좀 이상하게 온다. 받아보니 볼트와 너트의 개수가 맞지 않아 불량인 줄 알았는데 설명서에 쓰인 개수와 일치했다. 막상 조립을 해보니 별 문제가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널리 알려진 문제이며 이유를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또 한 가지, 산소량을 조절하는 레버의 나사가 자꾸 헐거워져 몇 번 사용한 이후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외형은 굿, 실용성은 글쎄.

장점부터 나열해보자면 일단 외형 디자인은 굉장히 마음에 든다. 드럼통 그릴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에 감각적인 컬러, 나무 소재의 손잡이까지 감성캠핑에 딱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벼우니 달랑 들고 떠나기도 좋다.  두 번째, 뚜껑이 닫히며 온도계가 내장되어있는 점이 좋다. 그릴에 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뚜껑을 닫아서 훈제를 하거나 약한 불에 안까지 익히기에 좋다. 실제 두꺼운 고기나 생선구이를 할 때 유용했다. 세 번째, 하단 숯통을 가림막을 이용해 두 개로 나눌 수 있고 각각 산소량을 조절할 수 있다. 한쪽에만 숯을 채운 후 래스팅이 필요한 고기류를 숯이 없는 쪽에 몰아둔다거나 양 쪽의 불 세기를 다르게 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단점은 수납이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사이즈가 컴팩트하니 이동은 간편하지만 동그란 모양이라 수납할 때 조금 곤란하다. 캠핑을 하다 보면 짐이 워낙 많으니 트렁크에 차곡차곡 쌓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동그란 그릴이라 소위 말하는 테트리스가 안된다. 또 한 가지의 불편한 점은 그릴이 작은 사이즈다 보니 일회용 석쇠를 이용하기가 어렵고 내장 그릴만을 이용해야 하는데 알다시피 그릴을 매번 세척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란 것이다. 물론 이건 이 제품만의 단점이라기보다는 규격 사이즈가 아닌 모든 그릴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다.

 

 

 

 

 

 

알차게 열 일 한 그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몇 달간 그릴을 유용하게 잘 썼다. 고기도 굽고 생선도 굽고 이것저것 참 많이도 구워 먹었다. 캠핑 사이트를 찍으면 사진발도 잘 받아 근하하게 나온다. 투덜대면서도 늘 유용하게 썼으니 그야말로 애증의 장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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