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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안산 탄도항 차박, 밤바다와 와인

by zourney 2021.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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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은 차박으로 결정했다. 첫 차박이었던 변산반도에서의 기억이 좋았거니와 최근 날씨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다만 토요일에 일을 하는 나로서는 퇴근한 후 멀리까지 가면 저녁이 돼버리기에 이번에는 가까운 근교로 가기로 했다. 수도권 근교 차박지를 검색해보니 동쪽으로는 미사 조정경기장, 이천 복하천 수변공원과 설봉공원, 여주 강천섬과 달맞이 공원이 눈에 띄었고 서쪽으로는 궁평항, 전곡항, 탄도항, 왜목마을 같은 바다가 보이는 항구가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거리나 시간을 두고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또 바다를 선택하게 되었다. 

 

 

 

 

 


 

 

탄도항

 2020.05.18~19

 

'탄도항'은 멋진 바닷길과 일몰, 낚시로 유명한 항구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차박이 가능한 장소가 비교적 넓다. 화장실 관리가 잘 되는 편이며 근처에 회센터, 칼국수집 등이 있어 간단하게 차박을 하기에 여러모로 유리한 장소다.

 


 

오늘 우리 집 찾기.

차박을 하기로 결정하고 간단하게 짐을 꾸렸다. 평소 같았으면 텐트며 타프, 선반, 갖가지 조명과 장식용품들로 트렁크가 꽉 찼겠지만 이번에는 의자와 테이블, 버너에 식기 몇 가지 정도로 단출했다. 짐이 적으니 출발하는 마음부터 가볍다. 목적지는 궁평 해수욕장이다. 차박 할만한 자리가 영 좁아 보였던 전곡항을 제외하고 궁평항과 탄도항 중에서 고민하던 중에 궁평항 바로 옆의 궁평 해수욕장에서도 차박이 가능하다는 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항구에서 차박을 하려면 포장도로 위의 좁은 공간인 경우가 많지만 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있으니 아무래도 공간이 넓어 보였다. 집에서 30분 거리라 출발한 뒤 조금 달리니 금세 다 와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에 구워 먹으려고 챙겨두었던 고기를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집에 돌아갔다 다시 오기로 했다. 캠핑이란 게 결국 맛있는 음식 먹으러 오는 것인데 고기를 빼놓고 오다니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집에 다녀오느라 시간이 한참 지체된 탓에 이미 시각은 저녁을 넘어 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잡으려 궁평 해수욕장 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검색을 해보니 사람들이 올려놓은 팁으로 '궁평유원지'나 '바람의 언덕 펜션'이라고 내비게이션에 검색을 하면 차박이 가능한 위치 근처로 안내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을 해보니 진입이 어려울 정도 사람과 차가 꽉 차 있었다. 하긴 유명한 곳이니 이 시간대에 자리가 있을 리 만무했다. 더군다나 알려진 것과 달리 캠핑을 할만한 장소가 넓지 않고 좁았다. 해안을 따라 길게 자리가 있긴 했지만 워낙 폭이 좁아서 간신히 테이블을 펼 정도의 면적이다. 반대편 위쪽으로 올라가면 사유지에서 무료가 아닌 유료로 차박이 가능하다기에 가보았으나 상황은 비슷했다. 궁평항 쪽으로 자리를 옮겨보았지만 궁평항은 사실상 주차장처럼 느껴졌다. 바다가 조금이나마 보이던 항구에는 이미 트레일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후 궁평항 가는 도로 가운데의 차박 두어 곳을 더 가보았지만 영 마땅치 않아 보였다. 이 근처에는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 늦기 전에 탄도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탄도항에 도착하자 상황은 조금 나았다. 차박을 할 만한 공간이 훨씬 컸고 화장실이나 설비도 더 잘되어있었다. 하지만 차박 명당이라는 1 주차장, 2 주차장은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주차장'일뿐이었다. 공간이 넓어 터널형 텐트며 화로대 등 완전한 장비를 갖춘 사람들도 여럿 보였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결국 우리가 자리를 잡은 것은 탄도 선착장 부근이다. 보통은 캠핑보다는 낚시를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지만 어차피 텐트를 치지 않고 트렁크에서 잠을 잘 계획이라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마침 깨끗한 화장실과 해양경찰서가 바로 앞이라 마음이 더 놓였다.

 

 

 

 

 

밤바다와 갈빗살, 와인.

탄도 선착장에서는 이렇게 멋진 밤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바다 쪽으로 테이블을 펴고 고기를 구워 와인을 한 잔 마셨다.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경사가 조금 있기는 해도 사람이 없으니 훨씬 한적하고 좋았다. 스피커로 작게 음악까지 틀어놓으니 레스토랑이 따로 없네. 오늘도 즐거운 캠핑의 밤이다. 주변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혹시나 물고기 구경을 할 수 있을까 한참 쳐다보았지만 다들 별다른 수확은 없다. 여긴 차박지로는 좋아도 딱히 낚시 명당은 아닌가 보다.

 

 

 

 

 

 

 

여유로운 오전.

차박의 장점은 퇴실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컵라면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는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그러다 졸리면 한숨 자고 찌뿌둥하면 주변을 한 바퀴 거닐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맑으니 밖에서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캠핑장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집에만 있을 수 있으니 부지런히 차박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차박 캠퍼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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