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봄이 찾아오니 놀러 가고 싶어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 문득 동네를 걷는데 어느새 벚꽃이 만개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다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봄을 놓쳐버릴 것만 같아 서둘러 벚꽃 캠핑장을 찾아보았지만 늘 한 발 늦은 나는 유명한 곳을 갈 수가 없다. 아쉬운 대로 벚꽃 명당이 있다는 캠핑장의 다른 사이트를 예약했다. 일단 거리가 가까우니 됐다.
용인 문수산 오토캠핑장
2021.04.09~11, 연못 19번
용인 '문수산 오토캠핑장'은 수도권 근교의 벚꽃 캠핑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예 벚나무만 심긴 벚나무 구역이 따로 있을 정도니 두말하면 입 아픈 정도다. 벚꽃이 아니더라도 캠핑장 내에 연못이 두 군데 있고 나무가 많아 수목원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명당자리는 예약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벚나무 숲 뒤편의 넓은 독립 사이트인 1 캠핑장 26번이나 연못의 단독 데크들은 예약 시작 후 몇 초만에 사라질 정도다.
추천사이트: 데크 6~7번, 중 캠핑장 5번
벚꽃 캠핑장이긴 한데...
실컷 벚나무 사이트를 이야기해놓고 정작 추천사이트에서 빠진 이유가 있다. 도착해서 캠핑장을 둘러보니 캠핑장 규모도 널찍하고 주차도 바로 옆에 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 하지만 이 캠핑장에 온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벚꽃이다. 우리 자리에 텐트 피칭을 끝내자마자 서둘러 다른 자리에 벚나무를 구경하러 떠났다. 그런데 웬걸 기대했던 벚나무 사이트는 영 볼품없이 변해있었다. 과거에는 문수산 캠핑장이 1 캠핑장과 2 캠핑장을 동시에 운영했기에 사이에 위치한 벚나무가 크고 화려했지만 최근에는 2 캠핑장이 주택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벚나무 사이트는 졸지에 공사장 바로 옆의 애매한 사이트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벚나무가 거의 베어져 사진에서 보았던 크고 화려한 벚꽃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서는 더 이상 벚나무 사이트 예약이 불가능하며 전화로만 가능하다. 때문에 벚꽃 명당은 벚나무 사이트가 아니라 오히려 중 캠핑장이다. 물론 중 캠핑장의 모든 자리에서 벚나무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중 캠핑장 5번의 경우 연못과 벚꽃을 모두 즐길 수 있어 벚꽃 캠핑으로는 제일 추천할만한 자리다. 대신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은 벚꽃의 모습에 오히려 미련 없이 우리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앞에 초록색 펜스가 쳐져있긴 했지만 나쁘지 않다.
오늘의 메뉴는 장어와 대삼치, 바지락탕, 골뱅이 소면.
길다 길어 거의 먹으러 온 것이나 다름없는 캠핑이다. 첫 시작은 매번 고기를 구워 먹었으니 이번에는 생선을 구워보자는 것이었다. 생선도 종류가 많으니 어떤 것을 먹을까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장어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장어는 기름지다 보니 먹다 보면 질릴 우려가 있어 골뱅이 소면과 바지락탕으로 페어링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삼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라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그러다 보니 한 끼에 무려 장어구이, 삼치구이, 바지락탕, 골뱅이 소면을 먹는 진수성찬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한상 거하게 차려 늘어놓고 보니 캠핑에 와서 이만큼이나 화려하게 먹은 적이 있던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는 식사를 할 때 굳이 밥이 없어도 되는 스타일이나 친구는 반대로 밥이 꼭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밥은 친구가 했는데 캠핑에 오면 일반적으로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것과 달리 친구는 무려 압력밥솥을 가져와 솥밥을 했다. 그뿐 아니라 골뱅이 소면에 들어갈 야채도 미리 집에서 다 손질해서 잘라온 덕분에 마치 meal kit로 만든 듯 순식간에 메뉴 하나가 등장했다. 이래서 요리 잘하는 친구가 한 명은 꼭 있어야 한다. 한 끼에 이걸 다 먹을 수 있겠냐며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말이 오갔다는 것이 머쓱하게 다 먹었다. 이 날 먹은 장어 맛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다음번에는 중 캠핑장 예약에 꼭 성공해야지.
언제부턴가 캠핑장에 오면 내가 예약한 자리 외에도 다른 자리를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사진이나 다른 사람의 후기를 보는 것도 좋지만 캠핑이라는 것이 워낙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다 보니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캠핑장은 한 바퀴 쓱 둘러보니 중 캠핑장이 가장 눈에 띄었다. 특히 중 캠핑장 1~5라인이 연못과 나무가 함께 보여 좋아 보였다. 다음번에는 꼭 저길 예약해야지 다짐을 했다.
'CAMP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콜맨 파워하우스 투버너, 요리도 장비빨 (0) | 2021.09.11 |
---|---|
태안 청산리오토캠핑장, 바다와 고양이 (0) | 2021.09.09 |
괴산 나무야나무야, 사과밭과 목도막걸리 (0) | 2021.09.08 |
용인 구봉산나인힐스, 새해 캠핑 (0) | 2021.09.07 |
제천 달재캠핑장, 조용한 소규모 캠핑 (0) | 2021.09.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