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캠핑에서 너무 고생을 했던 터라 크게 흥이 나지 않았지만 이미 정해진 목적지가 있으니 출발해야 한다. 하루를 호텔에서 보낸지라 체력이 조금은 회복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왕 강원도까지 왔으니 바다는 구경하고 가야지. 여름 캠핑의 다음 목적지는 뷰가 좋기로 유명한 동해 아름다운 캠프다.
동해 아름다운캠프
2020.08.16~17, 바다 4번
'동해 아름다운캠프'는 바다 1~4 사이트, 파쇄석 A구역, 파쇄석 B구역, 데크 1~4, 파인존까지 총 5개의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바다 사이트로 텐트 안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바다 사이트는 파쇄석으로 되어있는데 1~3은 동해안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고 바다 4는 조금 뒤편에 있다. 최신 시설을 갖추거나 사이트 간격이 아주 넓은 곳은 아니지만 캠핑장 관리가 잘 되기로 유명한 곳으로, 바다 사이트의 경우 사이트 바로 옆에 주차를 할 수 있다.
추천사이트: 바다 1, 2, 3
햇볕이 쨍쨍 완전한 여름 날씨.
저번 캠핑에서는 비가 오고 날이 흐렸는데 이번 캠핑은 완전히 반대였다. 햇볕이 쨍쨍한 그야말로 여름날이다. 문제는 아름다운캠프 바다 사이트에는 나무가 적어 그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파쇄석이 달궈질 정도니 말 다했다.
텐트를 피칭하려고 꺼내니 비에 푹 젖은 스킨이 무거웠다. 하긴 젖어있는 스킨을 생각하면 태양이 강렬한 날씨가 오히려 고마울 수 있다. 만약 젖은 채로 집에 가져갔다가는 대책이 없으니 말이다. 망치질해서 팩을 박고 텐트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해봤다가 저번보다 나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 난이도가 확 낮아진 덕분이기도 했다. 대신 바람이 불지 않으니 더위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만 더운 것은 아닌 지 남자들은 모두 상의를 탈의하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하필 해가 제일 뜨거울 시간대다.
어찌어찌 텐트를 치고는 자리에 앉아 얼른 맥주부터 한 캔 열었다. 차가운 맥주가 넘어가니 조금 살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온몸을 감싸는 열기가 대단했다. 빨리 해가 저물기를 기다릴 수밖에. 문득 뒤돌아 텐트를 바라보니 언제 젖었었냐는 듯 스킨이 바짝 말라있었다. 더위는 힘들지만 스킨이 잘 마른 것은 좋은 일이다. 태양의 위력이 실로 대단하다.
해가 져도 더운 날.
저녁 무렵이 되니 해가 내려오며 날씨도 조금 나아졌다. 그제야 텐트를 벗어나 저녁 준비도 하고 짐도 가지런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캠핑을 모르던 때에는 여름 캠핑보다 겨울 캠핑이 더 어려울 것 같았는데 반대였다. 추위는 막을 방법이 있지만 더위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찌어찌 저녁식사도 하고 술도 한 잔 했지만 더위 탓에 맛조차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샤워만 대체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해가 완전히 저물어 깜깜해지고서야 움직일만한 온도가 되었다. 시원하고 청량한 여름밤을 기대했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한낮보다 훨씬 낮아진 온도에 감사해야지. 산책할 겸 캠핑장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캠핑장의 밤은 아름답다.
캠핑장을 둘러보니 안 쪽 사이트로 갈수록 대단한 장비들을 갖춘 캠퍼들이 여럿 보였다. 신기하게 생긴 타프도 많고 물욕을 일으키는 장비들도 많다. 아직도 알아가야 할 게 많나 보다. 캠핑장 안쪽으로 걸어 구경을 실컷 한 후 바깥쪽 길로 돌아 우리 텐트로 돌아오기로 했다.
캠핑장 외곽으로 오자 빛이 적어지며 밤하늘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이렇게 많은 별이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니! 캠핑장은 보통 도심과 먼 곳에 위치해 빛이 적다 보니 하늘의 별이 아주 잘 보인다. 아름다운캠프는 동해안 외곽인 데다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이라 더 잘 보였을 테다. 목을 한껏 꺾어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래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라고 하는구나.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아주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밤을 기억에 오래 남기고 싶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게 별이 빛나고 있었지만 전문 카메라가 아닌 핸드폰에도 과연 이 모습이 담길까 우려했는데 웬걸 핸드폰 카메라에도 별이 수두룩하게 찍혔다. 카메라를 가져왔다면 멋진 은하수를 찍을 수도 있겠다. 캠핑과 사진을 동시에 취미로 가지는 사람이 많던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시 찾아온 더위.
낭만적이던 밤과 달리 해가 뜨자 다시 강렬한 더위가 찾아왔다. 찌는 듯한 더위에 이른 아침임에도 저절로 눈이 번쩍 뜨였다. 평소라면 아침식사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 퇴실을 하겠지만 이번엔 다 생략하고 빠르게 짐을 챙기기로 했다. 피칭도 어렵지만 철수도 만만치 않다. 텐트를 걷고 짐을 정리하려니 또 땀이 줄줄 나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다시는 여름에 캠핑을 오지 않겠다 또 한 번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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