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캠핑지였던 충주호 캠핑월드에서의 기억이 워낙 좋았던 터라 여러 번 재방문을 시도했지만 너무 유명한 곳이라 예약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단독 사이트들에 개별 개수대와 전용 화장실까지 생기며 업그레이드가 되는 바람에 점점 더 먼 곳이 되었다. 차선책으로 충주호의 다른 캠핑장을 살펴보던 중 카누캠핑장이 눈에 들어왔다. 캠핑월드와는 다른 방향에 위치한 곳이었지만 충주호야 어디서 보아도 멋지니 상관없다.
충주 카누캠핑장
2020.09.27~28, A구역 15번
충주 '카누캠핑장'은 A구역과 B구역 두 군데가 운영되고 있다. B구역은 비교적 나중에 생긴 곳으로 예전부터 유명한 사이트들은 모두 A구역이다. 호수를 바라보고 일렬로 배치된 구조라 어느 자리에서 보아도 충주호가 정면에서 보인다. 때문에 거의 모든 자리에서 멋진 호수 뷰를 감상할 수 있지만 대신 사이트 크기가 넉넉하지 않은 것이 흠이다. 가로폭이 좁고 세로로 긴 구조인 캠핑장으로 사이트 간에 간격이 없어 다닥다닥 붙어있다. 예약 시 자리를 미리 지정할 수 없으며 방문 후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으면 된다. 주차는 모두 사이트 바로 뒤에 가능하다. A구역 기준 앞번호는 화장실, 개수대, 샤워장이 있는 관리동과 가까워 편리하지만 같은 이유로 소란스럽고 뒷번호는 사이트 크기가 작아져 2인 전용 구역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사이트마다 나무 위치며 호수 뷰가 조금씩 다르니 취향껏 선택하면 된다.
추천사이트: A구역 4~16
눈부신 날씨와 멋진 충주호.
캠핑을 하기에는 아무래도 9월이 가장 좋다. 아직 여름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 기온이 꽤 따뜻하면서도 바람이 선선하다. 카누캠핑장에 방문한 날도 날씨가 아주 좋았다. 충추호캠핑월드와는 충주호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위치한 셈인데 이쪽에서 보는 호수 경치도 아름답다. 사이트마다 나무가 있긴 하지만 시야를 가리지 않게 잘 배치되어 있다.
입실시간에 맞춰서 도착해서인지 이미 여러팀들이 자리를 잡은 뒤였다. 어느 사이트든 다 비슷비슷해서 오히려 자리선정이 고민되었다. 우리는 편의보다는 조용한 걸 선호하는 편이라 보통 구석진 자리를 택하는데 가장 끝자리는 사이트가 작아져서 갈 수 없었다. 때문에 관리동과 거리가 적당히 멀면서도 이웃이 괜찮아 보이는 자리를 택하기로 했다. 한눈에 쓰윽 봐서 어떤 이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린아이가 있거나 인원수가 많아 보이는 사이트 몇 개를 추려내고 나니 선택이 한결 수월했다.
하비 타프에 원터치 텐트 조합으로 왔기 때문에 피칭도 금방 끝났다. 이제는 하비 타프쯤은 순식간에 칠 수 있다.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
이웃을 고른다고 골랐는데 선택이 잘못되었나 보다. 알고보니 한쪽은 두 사이트가 함께 온 팀이었고 한쪽은 방문객이 있는 팀이었다. 한 사이트 당 인원이 두 명씩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양쪽으로 단체 캠핑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으려니 소음이 굉장했다. 한쪽은 아이가 많은 가족이었는데 아이들끼리 싸우는 소리, 싸우는 아이를 혼내는 부모 소리, 혼나는 바람에 짜증내고 우는 소리가 끝없이 들려왔다. 아이는 아이이니 짜증내고 울어도 그러려니 하지만 큰소리로 호통치는 부모의 소리가 더 시끄러웠다. 반대쪽은 접대 캠을 하는 팀이었는데 캠핑 경험이 많지 않아 보였다. 우리 사이트까지 팩과 스트링이 넘어왔는데 그게 예의가 아니란 걸 아예 모르는 눈치다. 자꾸 우리 사이트로 넘어서 다니며 타프를 건드리니 신경이 한껏 예민해졌다. 우리라고 뭐 그리 완벽한 캠퍼겠냐만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그동안 좋은 이웃을 만났었나 보다. 몇 번의 캠핑 사이에 날씨며 이웃까지 안 좋은 예를 하나씩 다 경험했다.
이럴 땐 하비타프가 유용하네.
양쪽의 대단한 이웃 사이에서 우리를 구해준 것은 하비 타프다. 처음에는 충주호 멋진 뷰를 가리고 싶지 않아 타프를 치지 말까 고민도 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나마 타프가 양쪽으로 시야를 가려주어 캠핑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사실 사생활 보호가 전혀 되지 않고 이웃과 이토록 가까운 데에는 캠핑장 탓이 가장 크긴 하다. 사이트가 간격도 없이 오밀조밀 붙어있으니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우린 하비타프 안에서 양쪽의 소음에 조용히 적응해나갔다. 비록 시야는 조금 가려졌지만 안락함이 우선이다.
매너 타임이 없는 캠핑장.
캠핑장의 뜨거운 열기는 한밤중에도 계속되었다. 밤 10시가 넘어서도 아무도 잠들지 않는 데다 다들 음악이며 TV 볼륨을 줄이지 않아 시끌벅적했다. 그러고 보니 캠핑장에 입실할 때부터 한 번도 관리인을 본 적이 없다. 여긴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인 걸까 의문이 든다. 관리하는 캠핑장이 없으니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우리도 이 밤을 즐기기로 했다. 듣고 싶은 볼륨으로 소리를 키워 TV를 보며 자유롭게 수다도 떨었다. 새벽이 되어도 캠핑장은 소란스러웠다. 새로운 경험이다.
밤늦게까지 계속된 소음은 다음날 아침에도 마찬가지였다. 새벽녘에 잠든 어른들이야 늦잠을 잔다지만 일찍 잠든 아이들이 깨어났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캠핑장이 떠나갈 듯 아이가 울었다. 아이는 울 수 있지만 부모가 전혀 달래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기여도 참기힘든판에 어린이의 울음소리를 계속 듣고 있자니 '아 이래서 캠핑을 사서 고생이라고 하는 거구나'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캠핑과 핫플은 어울리지 않는다.
카누캠핑에서 하루를 묶고 든 생각은 카누캠핑장은 '핫플'이라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남길 사진 한 장을 건지기에 최적화되어있다. 캠핑장의 단골이 있다기보다는 충주호 경치를 감상하고 싶어 모인 일회성 캠퍼들이 많다 보니 인스타 핫플 카페에 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누군가는 이런 캠핑을 선호할 수도 있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캠핑을 지향하는 우리에게는 맞지 않았다. 앞으로는 꼭 조용한 캠핑장을 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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