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변산해수욕장, 첫번째 노지 차박

 

 

 

캠핑하기 좋은 계절이긴 한데 주말에 일을 하는 나로서는 매번 주말을 비우기가 영 쉽지 않았다. 퇴근하고 캠핑장에 가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저녁나절에 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피칭하고 나면 밥 먹고 자는 것 외엔 다른 것을 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 보통 퇴실시간이 12시 전이니 아침에 일어나면 정리하고 집에 가야 하는 스케줄이 된다. 사실상 저녁 한 끼 먹으러 캠핑을 가게 되는 건데 너무 비효율적이다. 그렇다고 이 계절을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까우니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하는 노지 캠핑을 떠올리게 되었다. 첫 노지 캠핑이라 아주 한적한 곳으로 갈 수는 없으니 최소한 화장실, 샤워장이 갖춰진 곳으로 알아보아야 했다. 결국 가장 만만한 곳이 해수욕장이다. 서해안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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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 변산해수욕장

 2020.10.10~11

 

전북 변산반도로 차박지를 정하고 알아보니 변산해수욕장, 격포해수욕장, 모항해수욕장 등이 유명했다. 캠핑장이 아니라 미리 예약을 할 수 없으니 동선대로 한군데씩 가보고 자리를 잡기로 했다. 격포해수욕장을 찾아보니 차박을 할만한 자리가 많지는 않았다. 바다 방향으로 늘어선 주차장 느낌이었는데 문제는 이미 자리가 꽉 차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너무 빽빽하게 들어선 사람들을 보자니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반면 변산해수욕장은 텐트를 펴고 캠핑을 할만한 자리와 차박을 할만한 자리, 낚시 자리까지 상대적으로 규모도 넓고 선택지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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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하는 캠핑은 처음이네.

해변 앞에서 캠핑을 해본 적은 있어도 해변 위에서 캠핑을 하기는 처음이다.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둘러보다가 기왕이면 바다 가까이에 자리잡고 싶어 해수욕장 한 편의 방조제 근처로 자리를 잡았다. 해변에 얼마큼 들어가야 할지 몰라서 조금씩 움직였는데 아뿔싸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바퀴가 모래에 빠진 것이다. 사륜구동이 아닌 전륜구동 자동차이기에 더 난감했다. 핸들을 요리조리 틀어보고 드라이브 모드도 바꿔보았지만 요란한 소리만 날 뿐 헛수고였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럽던 차에 저 멀리 있던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다가와 "도와드릴까요"하며 먼저 물어주셨다. 모래밭에 빠진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는지 핸들이나 엑셀을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수월하게 모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격포항에서 사온 소라회.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서둘러 테이블과 의자를 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격포항에서 사 온 소라회와 광어, 노래미, 멍게다. 격포해수욕장은 수산시장이 생각 외로 괜찮다. 규모가 작기는 해도 알찬 가게들이 많은데 왜 차박지로만 유명한지 모르겠다. 격포항 수산시장에서 사 온 회와 이강주를 꺼내니 금세 괜찮은 한 상이 뚝딱 완성되었다. 이강주는 전주에서 만드는 전통주인데 알싸한 생강향이 매력적인 술이다. 설명에는 육류와 잘 어울린다고 되어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해산물, 특히 회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광어회를 주 메뉴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라회가 굉장히 맛있었다. 숙회는 먹어보았지만 생으로 소라를 먹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오도독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소라회에 고추냉이를 올려 먹은 뒤 이강주로 입가심을 하면 딱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에 좋은 술까지 더해지니 더 이상 멋질 수 없다.

 

 

 

 

 

 

평탄화가 뭔가요?

저녁식사에 술까지 마셨으니 이제 잘 시간이다. 오늘의 잠자리인 차 트렁크에 주섬주섬 이불을 폈다. 보통 차박을 하려면 뒷자리 평탄화를 위해 매트를 깔거나 무언가를 설치해서 수평을 맞추는데 이번엔 일단 순정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룻밤 자보기로 했다. 내가 타는 기종인 싼타페tm은 뒷자리를 접고 나면 약간의 경사가 생기는데 머리를 그쪽으로 두면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경사가 조금 더 급하면 자는 사이 바닥에 깐 매트나 베개가 아래로 내려가서 잠을 자기가 곤란하다던데 싼타페는 경사도가 크지 않아 괜찮았다. 평탄화도 필요 없을 정도로 아무데서나 잘 자다니 나는 born to be camper인가 보다.

 

 

 

시간 자유가 최대의 장점.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느긋하게 밥을 먹고 가만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렸다. 자유로운 시간이야 말로 노지 캠핑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퇴실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니 내 스케줄대로 컨디션대로 하루를 운용하면 된다. 주변 경치도 캠핑장에 비해 훨씬 여유롭고 한적한 데다 자리만 잘 잡으면 정해진 캠핑장 사이트보다 훨씬 더 넓은 면적을 편안하게 쓸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노지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