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이 되니 팔로우 해 둔 캠핑 계정 여기저기에서 할로윈 캠핑이 시작되었다. 신나는 일이라면 빠질 수 없는 내가 할로윈 같은 큰 이벤트를 놓칠 수야 없지. 캠핑장을 찾기도 전에 호박 등이며 해골 모빌 같은 할로윈 장식부터 사 모으기 시작했다. 두 번의 바다 캠핑으로 오션뷰에 푹 빠져있던 시기라 이번에도 바다가 보이는 곳을 찾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할로윈같은 날에 비어있는 캠핑장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결국 이번에도 덜 유명한 캠핑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덜 유명한 이유야 있겠지만 새로운 매력을 찾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몽산포청솔캠핑장
2020.10.23~25
'몽산포청솔캠핑장'은 몽산포 해수욕장에 위치한 곳으로 주변에 여러 캠핑장이 비슷한 이름으로 있어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캠핑장 부지는 넓은 편이나 사이트가 따로 정해지지 않아 알아서 자리를 잡은 시스템이다. 사이트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자리는 도착한 뒤 선착순으로 정해진다. 가장 큰 단점은 모든 사이트가 정비되지 않은 마사토라는 것이다. 캠핑장이라기보다는 노지에 가까운 곳이라고 보면 된다. 화장실과 샤워장, 개수대, 매점도 잘 갖춰져 있기는 하지만 깔끔한 신식 건물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덕분에 예약 전쟁에서는 벗어날 수 있으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곳이다.
무조건 바다 앞으로.
몽산포청솔캠핑장은 사이트를 따로 구분 짓지는 않지만 크게 보면 바다 앞과 소나무 숲으로 나눌 수 있다. 소나무 숲도 괜찮아 보였지만 오션뷰를 보기 위해 왔으니 이번에는 무조건 바다 앞으로 직행했다. 바다 바로 앞이긴 하지만 해변과 캠핑장 사이에 산책로가 있고 단차가 높아 계단으로도 구분되어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바다 앞이라 부를만하다. 바다 쪽에는 거대한 가로등이 몇 개 있고 배전함도 전봇대에 위치하고 있는데 가로등 옆에 자리를 잡을까 말까 가 꽤 고민되었다. 가로등 옆에 자리를 잡으면 밤에 환하니 조명을 덜 켜도 될 것 같았지만 같은 이유로 벌레가 많이 꼬일까 걱정되기도 했다. 사이트 구분은 따로 없지만 가로등이 있으니 자연스레 가로등 사이마다 한 팀씩 자리를 잡게 된다.
바다 쪽에 자리를 잡고 타프 바로 옆에 차를 주차했다. 양쪽을 둘러보니 단체 손님이 한 팀 있다. 카누캠핑장에서의 악몽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 같았지만 앞서 말했듯 몽산포청솔캠핑장은 거의 노지에 가까운 감성이라 애초에 어느 정도는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밤이 되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파도와 바람소리에 묻혀 소음은 심하지 않았다.
할로윈 캠핑 시작.
할로윈 캠핑을 위해 장식을 많이 사 모았으니 타프와 텐트에 하나둘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샀나 보다. 달아도 달아도 끝이 없다. 나름대로 적당한 곳을 찾아 센스 있게 배치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완성하고 보니 너무 여기저기 주렁주렁 달린 모양새다. less is more라던데 맥시멀 리스트인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첫 번째 접대캠, 첫번째 2박 3일.
이번 캠핑의 또 하나의 특징은 처음으로 해보는 접대 캠핑이라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못 만났던 친구 가족이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둘이나 있는 데다 캠핑 경험이 전혀 없는 친구라서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부랴부랴 전기장판이며 툴콘까지 구매했다. 첫날은 둘이서 보내고 다음날 친구가 오기로 한터라 하룻밤 미리 자보니 생각보다 안락하고 따뜻해서 마음이 한시름 놓였다.
다음날은 친구를 기다리며 사진도 찍고 산책도 했다. 아침이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다니 이래서 사람들이 1박이 아닌 2~3박 캠핑을 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하지만 주말 외에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으니 늘 1박만 하고 아쉽게 돌아가게 된다.
어른들만 신난 할로윈.
친구 가족이 도착하고 조카들에게 신나게 할로윈 장식을 설명했지만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린 탓인지 영 심드렁하다. 나만 신났나 보다. 화롯불 색깔을 마녀 불처럼 오색빛으로 바꿔준다기에 구매한 매직 파이어도 잭 오 랜턴 모양 호박 마시멜로우도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별 반응이 없다. 오히려 어른들만 신이 났다. 그래 누구라도 신나면 됐지.
조카들은 낮 시간엔 갯벌에서 해루질을 하고 저녁에는 우리와 함께 화롯불에 장작을 넣으며 시간을 보냈다. 옆 텐트에 가서 막대사탕도 하나씩 받아오는 것을 보니 그래도 할로윈에 데리고 오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잘 놀았다.
2박이어도 집에 가는 날은 늘 아쉽다. 어른 넷이 자리를 정리하니 순식간에 뚝딱이다.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되어 아쉬운 마음에 친구와 다음에 또 같이 캠핑을 하자며 한참 다짐을 하고는 각자 집으로 떠났다. 첫 접대캠핑치고는 친구가 잘 적응해주어 고마웠다. 오늘도 잘 놀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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