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보보스캇
2020.05.23~24
P15, P16
두 번째 캠핑지는 영월의 보보스캇,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유명한 곳이다. 캠핑 초보이던 시절이라 명당이니 명소를 전혀 몰랐기에 캠핑 간다는 친구를 따라 얼떨결에 방문하게 되었다. 때문에 메타세쿼이아 길이나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아무런 정보도 계획도 없이 떠났지만 그래서 더 즐거웠던 첫 단체 캠핑의 기록.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나에게는 술과 놀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늘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미리 공유하지 않아도 동선이 겹치는 경우도 왕왕 있을 정도다. 캠핑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캠핑에 막 발을 들이게 될 즈음 친구 역시 캠핑을 시작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맨 땅에 헤딩하듯 캠핑을 시작한 나와는 달리 친구는 시작부터 캠핑카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캠핑을 한 가족을 둔 덕분에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모든 걸 갖춰온 캠핑에 또 의자만 달랑 들고 함께했다. 이래서 주변 인프라가 중요하다.
친구는 캠핑카, 나는 텐트 하나이니 피칭도 순식간에 끝났다. 세팅이라고 해봐야 테이블과 의자를 펴는 정도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캠핑도 장비 영향을 꽤 받는다. 지난 캠핑에선 컵라면을 먹었는데 이번엔 시작부터 전이다. 그리들에 감자전을 부치고 친구가 집에서 미리 준비해온 양념으로 도토리묵무침을 해 먹었다. 캠핑음식이 갑자기 호화로워진 기분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캠핑장을 둘러보았다. 보보스캇은 캠핑월드와 달리 사이트 수도 많고 규모가 크다. 우리가 예약한 P구역 외에도 C구역, T구역에 펜션까지 갖추고 있다 보니 부지 넓이가 상당한 셈이다.
둘러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장비를 쓰는지, 이 자리가 좋은지 저 자리가 나은지, 명당도 찾고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제일 좋아 보이는 자리는 아무래도 메타세쿼이아 길 주변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니 독립성은 포기해야겠지만 경치는 제일이다.
먹고 먹고 또 먹기
캠핑장 주변을 잠깐 산책한 뒤엔, 언제 점심을 먹었냐는 듯 바로 저녁식사 준비에 돌입했다. 점심식사를 가볍게 했으니 저녁은 고기다. 그리들에 고기를 구울 예정이라 테이블을 빼고 세팅을 달리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손 닿는 곳마다 폴딩박스로 개인 테이블을 마련했다. 우리는 전생에 베짱이였음이 틀림없다.
고기 굽기는 언제나 짝꿍 담당이다. 우리의 역할은 고기가 익을 때까지 두 손 모아 얌전히 있는 것뿐. 짝꿍의 "이제 먹어도 돼"라는 말을 기다리는 중이다.
불판에 구운 고기야말로 캠핑에 와서 꼭 먹어야 할 메뉴가 아닐까? 음식점에서 먹으면 온 몸에 냄새가 배고, 집에서 구웠다간 온 집안에 기름이 튈 테지만 캠핑장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일이 없으니 안심이다.
쌈채소에 구운 대파를 올려 크게 한 입, 글을 쓰다 떠올려보니 저 쌈채소도 집 앞 텃밭에서 직접 키운 것이라며 친구가 가져왔다. 나는 정말이지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었네.
날이 밝을 때 시작한 저녁식사는 한국인의 디저트 볶음밥으로 입가심을 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그 사이 5L짜리 케크 한 통에 750ml 캔맥주도 여럿 비웠으니 정말 많이도 먹고 마셨다.
캠핑의 꽃, 불멍
저녁식사 후에는 첫 불멍을 경험했다. 테이블이며 그리들은 그대로 두고 의자만 요리조리 자리를 옮겨 다니는 중이다.
소싯적 수련회에서 경험했던 거대한 캠프파이어에도 별 감흥이 없었던 터라 화로대에 불을 피워두고 그저 바라보는 게 무슨 재미가 있나 했는데,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스모어 만들기다. 마시멜로우는 구워 먹어야 맛있다는 걸 이 날 제대로 알게 되었다.
장작을 다 태우고도 아쉬움이 남은 우리는 친구의 캠핑카로 자리를 옮겨 3차까지 마친 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3차 음식인 바지락탕은 내가 끓였다. 이 캠핑에서 내가 한 처음이자 마지막 역할인 듯?
캠핑장의 아침
밤늦게까지 먹다가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자마자 또 아침을 먹는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캠핑이란 것이 원래 다 이런 것일까? 이쯤 되면 '캠핑'이 아니라 '먹기'라고 이름 붙이는 게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아침 메뉴는 한국인의 공식 해장 요리인 라면이다.
이른 아침나절에 비가 내려 걱정이었는데 우중 캠핑의 맛만 보여주고는 금세 그쳤다. 이 때는 텐트가 젖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 지를 전혀 몰랐던 때라 그저 내리는 빗소리가 좋기만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많은 비가 내리지 않고 금방 그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비가 그치자 하늘이 더 맑고 화창했다. 좋은 날씨에 이대로 떠나기는 아쉬워 사이트를 정리한 뒤 간단한 짐만 챙겨 근처의 섶다리로 향했다.
보보스캇 P구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강이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공터가 등장하는데 잠깐 자리를 펴고 머물기에 딱 좋다. 우리는 이곳에서 커피를 한 잔 내려마시기로 했다.
키 큰 나무 사이로 일렁이는 바람을 만끽하며 한가로운 오전을 보냈다. 첫 캠핑보다는 조금 더 알찼던 두 번째 캠핑이 이렇게 끝났다. 다음엔 또 어디로 가지?
▼ 영월 보보스캇 사이트 정보 ▼ 2021.10.29 - [CAMPING] - [캠핑장 리뷰] 영월 보보스캇 캠핑장 P C T, 사이트 정보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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